[사건을 보다]한 재소자 죽음…‘교도소의 제왕’을 꿈꿨나

2022-01-01 1



[영화 '프리즌']
"(아까 그 인간은 뭐에요 도대체?) 한마디로 제왕이지 제왕. 여기서는 누구든 그 양반 눈에 났다 그러면 빵생활 끝이야. 고로 여기선 ○○ 말이 법이라니까."

수감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 '프리즌'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한석규는 재소자들의 왕으로 통했습니다.

[영화 '프리즌']
"난 이 안에서 그 ○○들. 내 손 안에서 굴릴 거다."

지난달 공주교도소에서 재소자 한명이 숨졌습니다.

영화에서처럼, '교도소의 제왕'을 꿈꾸던 누군가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릅니다.

Q1. 재소자 간에 폭행이 있었다는 거예요?

지난달 21일 밤,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한 수용실 비상벨이 울려서 교도관들이 가보니, 재소자인 43살 박모 씨가 호흡곤란 상태로 쓰러져 있었는데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그런데 숨진 박 씨의 몸 곳곳에서 폭행 흔적이 발견된 겁니다.

[박모 씨 유족]
"하루 이틀 맞아서 그렇게 된 것 같지도 않고 왼쪽 턱 부분에는 주먹같은 모양이 선명했거든요. (1차 부검 소견은) 갈비뼈가 여러대 골절이 됐고 장간막이 파열돼 출혈이 있었고, 목 안쪽에도 출혈이 있었다…"

Q2. 누가 때린 겁니까?

공주교도소 특별사법경찰은 같은 수용실에서 생활하던 20대 무기수 A 씨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금 100돈을 사겠다면서 판매자를 유인한 뒤에 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인데, 재소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박 씨를 상대로 권투 연습을 했다"는 진술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권투 연습을 가장한 무차별 폭행"이라면서 "폭행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Q3. 폭행 이유가 대체 뭐라는 거예요?

유족 측은 박 씨가 지난해 9월 공주교도소로 이감된 뒤에 영치금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모 씨 유족]
"고마운 동생이니까 신세를 꼭 갚아야 된다고 하면서 20만 원을 (용의자) A 씨 통장에 넣어달라는 편지가 와요. 영치금 관련된 내용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바로 넣어줬대요. 그리고 또 바로 편지가 와서 꼭 A 씨 통장에 20만 원을 꼭 부탁드린다고. 꼭 부탁드린다고 강조를 하면서 꼭 부탁드립니다…"

실제 숨진 박 씨의 어머니 계좌에선 10여 일의 간격을 두고 A 씨 계좌로 2차례, 40만 원의 영치금이 건네진 거래내역이 남아있었습니다.

박 씨는 숨지기 6일 전인 지난달 15일에 보낸 편지에서도 영치금을 추가로 요구했다는데, 돈이 입금되지 않자 이에 앙심을 품은 A 씨가 박 씨를 무차별 폭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4. 예전에도 위험신호가 감지됐었다면서요?

박 씨가 공주교도소로 옮겨진 직후인 지난해 9월,

재소자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린 겁니다.

"무기수 한명이 흉기를 만들어 숨겨놓고 수용자들을 협박한다"는 내용과 함께 "수용자들이 심각한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아닌 A 씨였습니다.

[군민신문고 민원인]
"(지인인 재소자가) 숨진 박 씨라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저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누구누구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지금 자기도 죽을 것 같으니까… 제가 공주교도소 보안실까지 두번이나 전화했었어요."

교도소 측에 A 씨를 다른 재소자들과 떼어놔야 한다고 했지만,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할 뿐, 분리조치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교도소 측의 관리부실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5. 교도관들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고요?

숨진 박 씨, 그리고 이번 사건의 용의자 A 씨와 같은 수용실에서 지냈다는 한 재소자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A 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백번, 천번 말해도 교도관들이 모두 A 씨 편이라 나만 위험해진다"면서 교도관들의 직책과 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법무부가 사건을 수사중인 상황에서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치의 의문도 남지 않게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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